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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우리가 알지 못했던 홍콩 영화의 이면 _ 퇴색한 영웅본색

by 둔자곰 202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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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Noire)는 프랑스어로 검다(black)라는 뜻으로 어두운 주제를 다룬 영화를 뜻한다.

 

공식적으로 느와르라는 장르는 없지만 비디오 세대에게는 중화권의 헐리우드로 홍콩영화의 한 장르로 말하고 있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느와르는 전반적인 느낌이나 분위기로 <범죄물>, <갱스터>, <어두운 SF> 등 으로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들은 모두 느와르로 불러 주고 있다.

 

영화의 대표적인 갱스터물은 <대부> 였으며 세계의 폭력 조직으로는 이탈리아에 '마피아', 일본에 '야쿠자'가 있다면

중국엔 '삼합회'가 있다.

 

홍콩의 8090 느와르는 삼합회 같은 조직적인 갱스터들을 배경으로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는 영화가 주를 이었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대표적으로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며 성냥개비를 물고 쌍권총을 휘두르던 낭만적인 갱스터 주윤발의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의 시발점이 됐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로 결정이 되던 홍콩의 불안은 영화에도 질서가 없는 암울한 상황을 그리기 시작한다

필름 느와르식 액션과 전통 무협 영웅 서사를 적절히 묘사해서 홍콩식 느와르를 표현했다.

 

영화의 중심은 암흑가의 남성들 사이의 유대 심리와 의리, 조직의 배신과 복수를 모티브로 하였다.

기존에는 없던 슬로모션, 점프컷 등의 적절한 액션씬과 감성적인 영화 OST 등으로 홍콩 느와르의 포문을 연

오우삼의 감독의 연출력으로 돋보이는 영화이다.

이후 수많은 홍콩 영화는 도박과 위조지폐등 갖은 범죄물을 영웅이라는 포장으로 찍어내기 시작한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한편 중국 폭력조직 하면 또다른 이름 <흑사회>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흑사회는 검은 사회란 뜻으로 번역하면 특정 폭력집단이 아닌 범죄세계 암흑가라고 할 수 있다.

 

하늘과 땅처럼 영원토록 변함이 없음을 약속하며 사랑하는 애인을 남겨두고 복수를 위해 오토바이로 질주하던

<천장지구>의 유덕화는 삼합회의 조직원을 모델로 했다고 보면 된다.

유덕화 영화 <천장지구> 중에서 

 

삼합회의 시초는  1760년대 중국 푸젠성 남부 주릉강 하류에 있는 장저우에서 창설되었다는 설이 있다.

삼합회의 뿌리는 청나라 때인 1760년대 만주족의 지배에 반대하던 한족 비밀결사 <천지회>라는 게 정설이다.

초반에 삼합회 회원들 중 일부가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몰락한 뒤 명분을 잃어 금품을 강탈하는 등 범죄 집단으로 전락했다.

본토를 탈출한 잔당들은 대만, 홍콩, 마카오 등지로 이동하며 삼합회 이름을 내걸고 조직을 재건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조직범죄 단체인 삼합회의 뿌리가 되었다고 한다.

 

인터폴이 추산한 결과 세계로 퍼진 조직원은 7,800만명 이상이며 이들은 마약 밀매, 청부 살인, 자금 세탁, 도박, 매춘, 불법 이민 사업 등의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질렀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삼합회의 행동규칙은 일본의 야쿠자처럼 일사불란한 상명하복 체계라기 보단 현장의 행동대장에게 실권이 있었다.

삼합회에 입문할 때는 자신의 피와 포도주를 섞어 마시고 36가지 서약을 낭독했다고 한다.

주로 동료와의 의리에 관한 내용 이였으며 청바지와 런닝 차림에 굶주리던 시절이 입단으로 흥할 수 있었던 자산임을 잊지 말라는 구절도 있다고 했다.

 

이후 홍콩 최대 삼합회 분파는 영화 산업에도 진출했다.

1960~70년대 <외팔이>시리즈로 당시 무협 스타 왕우가 삼합회 간부였다는 설은 유명한 일화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8090년대 홍콩영화는 최전성기로 삼합회는 영화 제작 사업에 깊숙히 관여하게 되고

홍콩영화의 성공과 몰락을 주도하게 된다.

 

직접 영화사를 설립하고 자신들의 조직과 보스를 미화하는 영화를 감독에게 강요하기도 했으며, 당시 유명 배우들을

조직내 영화사에 출연시키기 위해 감금, 협박등을 서슴치 않았으니 사회적으로는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리하여 8090년대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던 유명 배우들은 삼합회의 협박, 폭행등으로 고초를 겪게 되었지만 대중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후 홍콩 영화계의 초유의 사건이 발생이 된다.

양조위 영화 <중경삼림>중에서 

1990년 한창 주가를 올리던, 양조위의 연인 유가령이 <삼합회>에서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를 당차게 거절했다는 이유로 백주대낮 홍콩시내 한복판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된다.

 

유가령은 납치되어, 성폭행과 나체사진까지 찍혀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유가령은 정신적 충격으로 한동안 영화계를 떠나게 된다.

 

홍콩영화계와 홍콩언론은 큰 충격과 분노에 빠졌지만, 삼합회의 무자비한 폭정은 날로 심각해져 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이연걸과 왕가위 감독이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으며 결국 이연걸의 매니저가

큰 화를 입기도 했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홍콩영화계에는 삼합회와 연관된 유명배우들이 많은데,

<영웅본색>의 적룡, 중화권 최고의 인기배우 등광용은 대만 삼합회 중간 보스급으로

홍콩연예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웅본색>, <천녀유혼>의 장국영은 평생을 삼합회에 시달렸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영화 활동 내내 삼합회 입회를 거부하다 우울증을 추락사 한다.

이후 삼합회에 의해 살해 당했다는 설도 제기 되기도 했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천장지구>,<무간도>의 유덕화는당대 최고의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삼합회의 협박에 못이겨 ,삼류 저질영화에 무자비 하게 고용된  대표적인 피해 배우이다.

 

촬영장에서 지쳐서 더는 못하겠다고 버티다, 조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권총으로 살해 협박까지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합회와 홍콩 연예인들의 유착관계는 1997년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두고

해외이민을 시도하던 많은 홍콩 연예인들이 삼합회 와의 유착관계 때문에 입국을 거부 당하기도 했다.

장국영, 왕조현의 영화 <천녀유혼> 중에서

캐나다 이민국은 홍콩 연예인들 전반을 사실상 삼합회 조직원으로 간주해 버리고

<삼합회>와의 연관관계가 미비한 장국영, 원표, 왕조현등 몇몇 유명배우들만 입국을 허가하기도 했다.

 

 

8090년대 비디오계의 중화권 헐리우드 홍콩영화는

삼합회의 지나친 폭정과 영화계 개입으로 시대적으로 몰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홍콩영화는 폭망해도 삼합회는 합법적인 엔터테이먼트 사업을 펼치며,

중화권에서 영화, 음반, 드라마, 예능 등의 미디어 사업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8090 비디오 세대들의 아련한 홍콩영화의 추억 이면 뒤에는 영화의 감성이 아닌 추악한 현실로 인해 

퇴색이 되어 버렸다.

영화 <영웅 본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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