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한국판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굳이 이 영화를 다시 만들어야 할까?"
로버트 드 니로의 벤과 앤 해서웨이의 줄스가 워낙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6년 한국판 《인턴》은 단순히 미국의 회사를 한국 회사로, 벤과 줄스의 이름을 기호와 선우로 바꿔놓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원작을 따라가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감정과 직장 분위기에는 한국적인 색깔이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한국판 《인턴》은 원작에서 무엇을 가져왔고, 무엇을 바꿨을까요?
원작을 좋아했던 한 사람의 시선으로 두 영화를 비교해봤습니다.
한국판 인턴, 어떤 영화인가

2026년 한국판 《인턴》은 김도영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과 한소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기호와 선우가 있습니다.
3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뒤 은퇴한 기호는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WOO22)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반대편에는 창업 3년 만에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킨 젊은 CEO 선우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수십 년의 직장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는 신입이고,
또 한 사람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CEO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과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나이도 다르고 직급도 다르고 살아온 시대도 다른 두 사람이 한 회사에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015년 원작과 2026년 한국판, 무엇이 같을까
두 영화의 기본 설정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2015년 원작에서는 로버트 드 니로가 벤 휘태커, 앤 해서웨이가 젊은 CEO 줄스 오스틴을 연기했습니다.
한국판에서는 이들이 각각 기호(최민식)와 선우(한소희)로 바뀌었습니다.
패션 관련 스타트업이라는 회사의 성격도 유지됐습니다.
즉,
은퇴한 베테랑 직장인 + 젊은 여성 CEO +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회사
라는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부터입니다.
가장 큰 변화 ① 벤이 아니라 '한국 아저씨 기호'

원작의 벤은 상당히 완성된 어른처럼 보였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고,
언제 나서야 하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도 알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그래서 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한국판의 기호는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업무 환경이 낯설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의 회사 문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37년의 직장 경력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회사에서도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시 막내가 됩니다.
이 설정은 한국의 직장인에게 꽤 재미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평생 회사생활을 한 사람이 은퇴한 뒤 다시 신입사원이 된다면 어떨까?
과거의 직책도 사라지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상사가 되고,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업무까지 배워야 합니다.
경력이 많다는 것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기호를 통해 보여줍니다.
가장 큰 변화 ② 줄스에서 '선우'로

앤 해서웨이가 연기했던 줄스는 열정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CEO였습니다.
한국판의 선우 역시 젊은 나이에 성공한 경영자입니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성공한 CEO의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기보다 선우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외로움에도 조금 더 무게를 둡니다.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책임은 무거워지고,
수많은 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며,
결정을 잘못하면 그 결과 역시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CEO지만 속에서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람.
그런 면에서 선우는 2026년 한국 사회의 젊은 직장인과 창업자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 ③ 미국 직장에서 한국 직장으로

제가 한국판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사실 로맨스도 성공담도 아니었습니다.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의 직장은 나이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나이와 직급이 뒤섞이면 관계가 묘해집니다.
나이는 훨씬 많은데 직급은 가장 낮은 사람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젊은 직원은 그를 편하게 대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오랫동안 조직생활을 했던 사람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상사의 지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원작에도 세대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판으로 옮겨오면서 이 문제가 조금 더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실제 직장에서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원작의 장면도 한국식으로 달라졌다
한국판은 원작의 유명한 장면을 그대로 복사하기보다는 일부 상황을 현재 한국의 환경에 맞게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줄스가 어머니에게 잘못 보낸 이메일 때문에 벤과 직원들이 움직이는 에피소드는 한국판에서 다른 디지털 소통 상황으로 변형됩니다.
이런 변화는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합니다.
2015년 미국에서 자연스러웠던 상황을 2026년 한국에서 그대로 반복하면 오히려 어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메이크는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다시 찍는 작업이 아니라,
같은 질문을 지금 이 시대 사람들에게 다시 던지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직장은 정말 이렇게 따뜻할까

여기에서 영화를 잠시 벗어나 현실을 생각해봤습니다.
영화 속 직장은 결국 영화입니다.
현실의 회사가 언제나 이렇게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선배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 많은 사람이 항상 후배를 이해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젊은 상사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선배 세대를 받아들이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세대 차이가 갈등이 되고,
성과와 책임 때문에 서로를 챙길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턴》의 직장이 현실적이라기보다 우리가 한번쯤 만나고 싶은 직장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영화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라도 그런 관계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회사에서 어떤 선배였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50대가 되어 다시 생각하게 된 '경력'이라는 것
원작 《인턴》을 처음 봤을 때는 벤이라는 인물이 멋있었습니다.
그런데 50대가 되어 한국판 《인턴》을 보니 기호의 상황이 조금 다르게 들어옵니다.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했다고 해서 앞으로의 인생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퇴직하는 순간 명함에서 직책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회사 이름일까요.
직급일까요.
아니면 내가 오랫동안 사람들과 일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태도일까요.
한국판 《인턴》에서 기호를 보면서 저는 후자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경력은 내가 어디에서 일했느냐보다 사람들과 어떻게 일해왔느냐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원작과 한국판, 결국 가장 달라진 것은 사람이다

한국판 《인턴》을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익숙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됩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최민식.
앤 해서웨이와 한소희.
벤과 기호.
줄스와 선우.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꼭 어느 쪽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2015년의 《인턴》이 그 시대의 벤과 줄스를 보여줬다면,
2026년 한국판 《인턴》은 한국의 기호와 선우를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앞세우기보다 필요할 때 꺼낼 줄 알고,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도 배울 수 있으며,
누군가 힘들 때 조용히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
현실의 직장은 영화처럼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런 직장 안에
기호 같은 어른 한 사람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 인턴
개봉 : 2026년 9월 16일
감독 : 김도영
주연 : 최민식, 한소희
러닝타임 : 132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원작 : 《The Intern》(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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