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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OTT에서 볼만한

넷플릭스 스캔들 후기|23년 전 배용준·전도연의 스캔들, 손예진·지창욱·나나로 다시 돌아왔다

by 둔자곰 202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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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이었습니다.

2003년 극장에서 조금은 낯선 사극 한 편을 만났습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이었습니다.

 

영화《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당시 이 배우들이 한복을 입고 만들어낸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사극과 꽤 달랐습니다.

왕도 없었고,

전쟁도 없었습니다.

대신 그 안에는

사랑과 욕망, 유혹 그리고 위험한 내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3년이 지나,

그 《스캔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입니다.

그리고 배우도 달라졌습니다.

이미숙에서 손예진으로.
배용준에서 지창욱으로.
전도연에서 나나로.

같은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2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2003년, 스캔들은 꽤 파격적인 영화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2003년 《스캔들》은 꽤 과감한 영화였습니다.

당시 배용준은 부드럽고 반듯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그런 배우가 조선 최고의 바람둥이 조원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미숙이 조씨부인,
전도연이 정절을 지키며 살아가는 여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들이 벌이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이용한 게임이었습니다.

조씨부인과 조원에게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하나의 내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장난처럼 시작된 유혹에
진짜 감정이 끼어들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어긋납니다.

2003년 영화는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이라는 공간으로 옮겨 만들어졌고,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35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2026년, 스캔들이 다시 돌아왔다

2026년 9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스캔들》 역시 기본적인 출발점은 익숙합니다.

조선이라는 시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시대의 틀에 갇혀 살아가는 조씨부인.

수많은 사랑을 경험한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

그리고 두 사람의 위험한 내기에 휘말리는 희연.

이번에는

손예진이 조씨부인,
지창욱이 조원,
나나가 희연
을 연기합니다.

총 8부작 리미티드 시리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미숙의 조씨부인에서 손예진의 조씨부인으로

제가 가장 궁금했던 인물은 조원보다 오히려 조씨부인이었습니다.

2003년 영화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미숙의 조씨부인을 쉽게 잊기 어려울 겁니다.

우아하고,

차갑고,

자신의 욕망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23년 뒤 그 자리에 손예진이 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히 배우만 바뀐 것은 아닙니다.

넷플릭스판은 조씨부인을
조선이라는 시대가 허락하는 여성의 삶에 갇혀 있는 인물로 더 깊게 들여다봅니다.

손예진 역시 작품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욕망이 금기시되던 시대에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조씨부인이면서도
2026년의 조씨부인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그녀가 정말 원했던 것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었을까.


배용준의 조원과 지창욱의 조원

그리고 조원.

2003년 조원은 배용준이었습니다.

2026년에는 지창욱입니다.

두 사람 모두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이지만
2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들어진 조원은 단순히 여자를 유혹하는 바람둥이만으로 보기에는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게임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사랑도,

유혹도.

그런데 인간이 만든 게임에는 항상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진짜 감정이 들어오는 순간입니다.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이
진짜 사랑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부터 게임의 규칙은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전도연에서 나나로, 가장 위험한 사람은 희연일지도 모른다

2003년 영화에서 전도연이 맡았던 자리는
이번 작품에서 나나의 희연으로 이어집니다.

희연은 남편을 잃고 정절을 지키며 살아가는 여인입니다.

그리고 조원의 유혹을 거부하려 합니다.

그런데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원을 밀어내려고 하지만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 조금씩 생겨납니다. 넷플릭스 역시 희연을 조원의 접근을 끊어내려 하지만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흔들리는 인물로 소개했습니다.

여기서 《스캔들》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누군가에게는 내기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진짜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 영화와 2026년 넷플릭스판, 가장 큰 차이

두 작품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더 멀리 갑니다.

정지우 감독은 2003년 영화를 그대로 확장하기보다 원전인 《위험한 관계》로 다시 돌아가 인물과 관계를 새롭게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조씨부인과 희연의 관계에는 이전 작품에 없었던 이야기가 추가됐습니다.

영화가 약 두 시간 동안 욕망과 유혹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8부작 시리즈에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볼 시간이 생겼습니다.

왜 유혹하는지.

왜 흔들리는지.

왜 사랑하는지.

그리고

왜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망가뜨리는지.

그래서 2026년 《스캔들》은 2003년 영화를 그대로 다시 보는 작품이라기보다,

같은 씨앗에서 23년 뒤 다시 자라난 또 하나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23년이 지나도 인간의 욕망은 달라졌을까

저는 두 작품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이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배우도 달라졌고,

영상도 달라졌고,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대의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스캔들》이 이야기하는 인간은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랑받고 싶고,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싶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고,

때로는 사랑보다 자존심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가장 깊이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1782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2003년 한국영화가 되고, 다시 2026년 넷플릭스 시리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시대는 바뀌어도

사람의 욕망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요.


23년 전 스캔들을 기억한다면 더 재미있는 이유

2003년 《스캔들》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2026년 《스캔들》을 보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 영화를 기억한다면
조금 다른 재미가 생깁니다.

이미숙이 만들었던 조씨부인을 기억하면서 손예진을 보고,

배용준의 조원을 떠올리면서 지창욱을 보고,

전도연이 보여주었던 감정을 기억하면서 나나의 희연을 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배우의 연기를 비교하는 것을 넘어

23년 동안 우리가 사랑과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제 2003년의 《스캔들》을 보았던 나이와
2026년 《스캔들》을 바라보는 나이가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도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젊었을 때는 위험한 사랑에 눈이 갔다면,

지금은

왜 저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가

그 마음을 먼저 보게 됩니다.

어쩌면 오래된 작품을 다시 만나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그대로인데

그 영화를 바라보는 내가 달라져 있는 것.

23년 전 《스캔들》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번 넷플릭스 《스캔들》도 한번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옛 작품의 추억을 찾는 재미와
새롭게 달라진 인물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함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23년 전의 스캔들과 지금의 스캔들.
여러분에게 더 오래 남는 조원과 조씨부인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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